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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챔피언과 빌 게이츠

by nico주인 2023. 2. 6.

스물여섯 살 망누스 칼센은 현재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이다. 이 천재 체스 세계 챔피언은 체스의 전설 아나톨리 카르포프를 불과 13세의 나이에 꺾었다. 칼센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으며 출전하는 대회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역대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칼센은 게임 막바지에 이르면 카히 다른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천재성이 발휘된다.

잘 버티던 상대들도 게임의 종반부에 이르면 칼센의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칼센이 막판에 보여주는 수들은 객관적으로 최고 수준의 수라고 말하기 그렇다는 것이다.

 

바둑은 인간을 2016년에 이겼지만 체스는 1997년에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그래서 인간의 수가 얼마나 훌륭한지는 컴퓨터와 비교해 보면 알 수가 있다. 버펄로 대학의 켄 리건 교수는 체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체스 선수들을 평가해 보았다.

평가 결과 블라디미르 크람니크라는 선수가 컴퓨터 평가상 최고의 점수를 얻었다.

 

칼센은 상위권이긴 했지만 오늘날 그의 성적에 비한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 아니다. 도대체 칼센은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었던 것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칼센의 힘은 수 자체에 있지 않고 그 수가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있다. 칼센은 컴퓨터의 시뮬레이션 상 최고의 수를 두기보다 상대방을 혼동시켜 제 기량을 못 펼치게 하는 것이다. 즉 칼센은 자신의 수에 몰입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경쟁자를 염두에 두고 수를 펼치는 것이다. 칼센은 게임 막바지에 컴퓨터가 평가하는 최고의 수를 두진 않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최악의 수를 두게 만드는 힘이 있다. 체스에서의 승리는 최고의 수를 선택할 때 얻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를 이기는 수를 선택할 때 가질 수 있다. 물론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빌게이츠가 세계 최고 갑부가 된 것은 PC 운영체제를 MS-DOS로 완전 장악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빌게이츠는 애플이나 구글처럼 자체적으로 OS를 개발한 것이 아니었다. MS가 PC 운영체제를 개발한 것은 IBM의 요청 때문이었다. IBM은 운영체제를 그저 PC 사용의 편의성을 제공해 주는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봤던 것이다. 대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연결과 번역을 담당하는 BIOS를 핵심으로 보았고 IBM은 그 기술을 갖고 있었다. IBM에서 외주를 받은 빌 게이츠는 Q-DOS라는 프로그램을 7만 5,000달러에 구매해 IBM PC규격에 맞게 개조시켜 납품을 했다.

 

하지만 빌게이츠는 비즈니스에서 결국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그리고 경쟁자는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빌게이츠는 컴팩에게 IBM BIOS의 를 합법적으로 모방하라고 부추긴다. 컴팩은 결국 IBM BIOS를 모방해낸다. 그리고 이후 이 모방한 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IBM PC는 대체 가능한 PC가 되어 버렸고, MS-DOS는 모든 PC가 써야만 하는 운영체제가 되어버렸다.

 

빌게이츠는 칼센처럼 행동했다. 독보적인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는 최고의 수를 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을 그저 수많은 납품업체로 보았던 IBM을 전략적으로 끌어내리면서 결국 승리를 가져오는 수를 두었던 것이다.

 

어떤 회사에 들어가든,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든 관계없이 우리는 경쟁자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할 때 경쟁자를 생각하지도 않고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잘해도 경쟁자가 더 잘하게 되면 나의 최선의 수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데도 말이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절대 있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다.

 

"경쟁자를 생각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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