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래퍼였던 윌 스미스는 1990년 NBC에서 방영된 시트콤에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다. 인기가 높아진 스미스는 1990년대 중반에 많은 영화 제의를 받게 된다. 영화배우로서 대형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연기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영화의 선정이다. 흥행하지 못한 영화에서 탄생한 슈퍼스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영화를 선정할 때 시나리오를 읽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판가름하거나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면면을 살핀다. 하지만 스미스는 영화 선정을 배우가 아니라 통계학자처럼 했다.
스미스는 최근 10년 동안 미국에서 최고 수준으로 흥행한 영화 10편을 고른 후 영화 내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스미스는 10편의 영화 모두 특수효과를 썼고, 9편의 영화에는 외계인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분석을 바탕으로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데 첫 번째 영화가 <인디펜던스 데이>, 두 번째 영화가 <맨 인 블랙>이었다. 특수효과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이 두 영화는 국제적으로 대흥행을 하며 13억 명에 가까운 관객을 극장으로 모았다.
스미스는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선정해 미국에서만 8편 연속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고 글로벌 기준으로 11편 연속 1억 5천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며 기네스북에도 오르게 된다. 그의 작품 21편 중 5억 명 이상을 끌어모은 작품은 5편에 이르며 1억 명 이상 본 영화는 무려 17편으로 총 관객수는 66억 명에 이른다.
윌 스미스의 이런 통계적 접근은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개인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훌륭한 자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2012년의 연구에 의하면 과거 유사한 영화의 흥행을 검토해 설계된 예측 모델이 개인의 주관적 평가보다 흥행 여부를 더 잘 파악하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2006년에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외계인과 특수효과가 등장하는 SF 장르가 문화적 장벽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즉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계는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관련 전문가들이나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통계학자 수준의 전문성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통계를 찾는 것은 물론 스스로 만들어야 하며 그 통계를 유의미하게 분석하는 힘 또한 길러야 한다. 나이팅게일이 대표적이다.
나이팅게일은 1854년 크림전쟁의 부상병들을 돕기 위해 약 40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터키의 영국군 야전병원으로 갔다. 야전병원은 참혹하기 그지없었고 사망률은 43퍼센트에 달했다. 당시 병원에 입원한 군인들은 전쟁 중 당한 부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질병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세균이 발견되기 전이었고 또한 환자들에 대한 어떠한 명확한 자료도 나이팅게일은 얻을 수 없었다. 나이팅게일은 문제 해결을 위해 통계적으로 접근했다.
세계최초로 의무기록표를 만들어 환자들에 대한 자료들을 꼼꼼히 적기 시작했고 그 통계들을 바탕으로 병원의 위생시설을 재정비하고 환자들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나이팅게일이 도착한 후 6개월 만에 사망률은 2퍼센트로 떨어졌다. 이 공로로 나이팅게일은 영국통계학회 최소의 여성회원이 되고 이후 세계 최초로 간호대학을 세우며 간호학의 기초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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