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혁신을 이끌어낸 창의적인 사람들을 총을 난사하는 '람보'라기보다 '원 샷 원 킬'하는 '스나이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뛰어난 사람은 항상 정답만 내놓는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오리지널스≫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실제는 스나이퍼가 아니라 람보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당신이 기억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실제 최근까지 셰익스피어 작품 중 인기를 끌고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은≪맥베스≫, ≪리어왕≫, ≪오셀로≫ 등 많아야 10편 이내다. 그리고 실제 많은 사람이 셰익스피어가 평생 10편 내외의 대작만을 쓴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20년에 걸쳐 쓴 희곡만 37편, 소네트는 154편에 이른다. ≪아테네의 티몬≫, ≪끝이 좋으면 다 좋다≫같은 것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수준 미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는 대작보다 평범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이 더 많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런던 교향악단이 선정한 세계 50대 클래식에 모차르트의 작품은 다섯 곡, 베토벤의 작품은 네 곡, 바흐의 작품은 세 곡이 올랐다. 좀 더 기대치를 낮춰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들까지 포함하면 각 각 15곡 내외가 될 것이다. 음악계 최고의 천재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 곡을 작곡했을까? 모차르트는 35세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작곡한 작품 수가 600여 곡에 이른다. 베토벤은 650곡 이상 작곡했으며, 심지어 바흐의 작품은 1,000곡에 이른다.
피카소는 드로잉 1만 2,000점, 도자기 2,800점, 유화 1,800점, 조각 1,200점을 남겼지만, 찬사를 받은 작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에디슨 역시 1,098개의 특허를 받았지만 진정 탁월한 발명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인슈타인은 좀 달라 보일 수 있다. 그는 1905년에만 5개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중 4개가 물리학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흔든 대작이었다. 그리고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 이 젊은 과학자의 미래가 뻔히 보이지 않는가?
아마 논문 하나하나마다 파괴력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이후 일반상대성 이론과 후대에 재평가된 우주상수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후 그가 남긴 248개의 논문 대부분이 과학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창의적인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단 내는 아이디어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냈던 아이디어에 집착해 그 아이디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수정하는 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창의적인 사람은 일단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1만 5,000곡의 클래식을 분석한 결과, 일정 기간 안에 작곡한 작품 수가 많을수록 걸작을 작곡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시도하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행동인 셈이다.
여기에서 놓쳐서 안 될 중요한 내용이 있다.
많은 시도를 하지만 빛을 본 것들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실패를 많이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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