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오랫동안 있었던 에일 맥주 한 병을 팔기로 했다. 맥주이기는 하지만 오래됐으니 몇 십만 원에서 운이 좋으면 백만 원대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베이에 299달러로 공개입찰을 제안했고, 304달러에 맥주가 낙찰되었다. 맥주 한 병에 30만 원이 넘는 가격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낙찰된 이 맥주는 누구 뱃속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3일 만에 '올소프 북극 에일'이라는 명칭을 달고 다시 이베이에 등장했다. 낙찰가가 얼마였을까? 무려 50만 3,330달러였다. 맥주의 원래 주인은 5억 원이 넘는 맥주를 단돈 30만 원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 북극 에일은 1850년에 양조된 것으로 북극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북서항로를 개척하려는 북극 항해 선원들을 위해 유명 맥주 양조 대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 맥주가 몇 병 남았는데 맥주 수집 애호가나 역사광들 사이에서는 매우 귀하게 여기는 골동품이었고, 실제 이베이에 이 병을 포함해 단 두 병만이 등장했었다. 결국 북극 에일의 원주인은 자신의 '숨은 자산'을 몰랐던 것이다.
아마도 에일의 원주인이 어리석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숨은 자산을 몰라보는 것은 의외로 비즈니스에서 자주 발생하며, 심지어 몰라봤다는 이유로 100년이 넘는 회사가 망하기도 한다.
미국의 폴리테크닉 대학교의 전자공학을 전공한 스티븐 새슨은 어느 한 회사의 장치사업부 연구소에 입사한다. 입사 몇 개월 후, 그는 상관으로부터 한 가지 요청을 받는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전하를 트랜지스터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CCD(전자결합소자)라는 것을 얼마 전 발명했는데, 이 장치를 필름 사진 이미지 처리에 이용할 수 있을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스티븐 새슨은 소규모 팀을 이끌고 열심히 연구한 끝에 1975년 토스터만 한 크기의 카메라 하나를 개발하게 된다. 이 카메라는 0.01메가 픽셀의 해상도로 흑백 '디지털' 사진을 30장 찍을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이자 디지털 기록 장치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디지털카메라는 카메라 업계의 85퍼센트까지 장악했던 코닥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조직에 숨은 자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자원들을 살펴본다면 의외로 숨은 보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보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저스트 두 잇', 실험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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