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억 마장자 하워드 휴스가 세운 비영리 의학연구기관인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는 특이하게 운영된다.
연구소는 연구자들에게 상세한 연구 계획을 요구하지 않으며, 5년 안에 연구에 설득력 있는 신호만 확인되면 연구비 지원은 자동으로 갱신된다. 단, 연구 주제가 '입증되지 않은 미지의 것'이어야 한다. 결과가 불확실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아도 연구소는 개의치 않는다.
경제학자 피에르 아줄라이 연구 팀은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에서 지원을 받은 연구자들과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지원을 받은 연구자들의 실적을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인용 빈도가 높은 논문의 양이 2배나 많았고, 연구와 관련된 상을 받을 확률도 높았으며, 심지어 그 연구 팀의 제자들까지 상을 받은 비율이 높게 나왔다. 그런데 이와 상반되게 실패한 연구도 훨씬 많았고, 인용이 전혀 안 된 논문의 비율도 더 높았다. 실패의 양이 성공의 질을 규정함을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가 증명한 셈이다.
전설의 타자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을 경신한 주에 최다 삼진 아웃 기록도 경신했다. 베이브 루스의 삼진 아웃 기록은 약 30년이 지나서야 깨진다. 기록을 깬 타자는 미키 맨들이다. 그는 16회나 올스타에 오른 인물이다. 또 미키 맨틀의 기록은 레지 잭슨이 깼는데, 그는 월드 시리즈 우승을 5번이나 한 외야수이다.
유럽 16개국의 12만 7,33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기업의 잦은 실패가 혁신 성과, 지식 습득, 기업 성과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1966년부터 2005년까지 40년간 평면 디스플레이 산업 데이터를 30개 이상의 기업 현직자의 인터뷰와 함께 분석한 연구에도 실패의 경험과 좋은 제품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패를 경험하면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실패한 제품들 역시 성공을 예측하고 내놓은 것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반성적 사고를 갖게 된다. 이를 통해 비효율적인 관행을 타파할 가능성이 커지며, 더 현명한 전략 수정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실패의 꽃들은 혁신의 길을 따라 피어 있다. 꽃이 많을수록 길은 더 화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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